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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렸던 계기, 그리고 도전 1탄(회고)

by 데이먼3 2023. 1. 27.

계기란 무엇인가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들 중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삶에 대한 생각을 전환시킬 만한 특정한 사건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계기' 라고 부른다. 계기란 어떠한 일이 일어나거나 변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 또는 기회라고 정의된다. 나에게는 이런 계기가 장교생활을 하던 27살의 중위때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마주침과 함께 시작된 여정

 나는 강원도 양양의 바닷가에서 군생활을 했다. 장기복무를 꿈꾸며 장교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군생활과 사회생활을 병행하며 군대보다는 사회에서 꿈을 펼치는 것이 좋을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대학시절은 마치 우물안의 개구리였던 것 처럼 오로지 군대만을 생각했었지만, 역시 사람은 경험을 하며 성장을 하고 세상을 통찰하는 눈이 조금씩 발달하는 것 처럼 점점 대학 밖의 세상을 경험하며 나의 방향도 바뀌려고 하였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그 당시에 나는 복무연장 2년이 결정되어 있었던 상황이라 동기들보다 2년 정도 전역일이 늦을 수 밖에 없었는데 당시에는 이것이 나의 마음에 큰 부담감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어느날, 먼저 전역을 한 전우들이 찾아와 사회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이야기를 즐겁게 하며 우리들은 맛있는 회와 함께 술잔을 밤새 기울였다. 다음날 술 때문에 쓰라린 속을 부여잡으며 숙소로 걸어들어오는데 태양이 산 너머로 지고 있었고 나는 홀린듯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전역일까지 약 2년이나 남았다는 것에, 그리고 동기생들보다 2년 정도 늦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매우 답답해졌었다. 이런 답답한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갑자기 '죽기 직전까지 뛰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숙소로 향했다. 

 

 

뜬금없는 결심이 삶의 전환점이 될줄이야

 얼마 전 후배 소대장이 해안도로 중 뛰기 좋은 왕복 10km 코스가 있다고 얘기한 것이 기억이 났다. 사실 나는 오래달리기에 자신이 없었다. 군 생활 당시 체력측정에는 항상 특급(오래달리기 3km 기준 12분 30초) 수준이었고 축구도 잘 했던 나였지만, 그 동안 단 한번도 20분 이상을 뛰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5km만 뛰어도 무조건 20분은 넘을텐데 '과연 내가 뛸 수 있을까?' 라고 고민을 하다가 더 이상 못 뛰면 걸어오면 될거라고 생각하며 주머니에 1만원 짜리 지폐 한장을 구겨넣었다. 만약 돌아오지 못한다면 택시라도 타고 오기 위함이었다. 그만큼 오래달리기에 자신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달리기를 시작했다.

 

 당시 나는 강원도 양양의 끝자락, 행정구역 상 강릉시에 속해있는 주문진(영진) 앞바다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주문진 해안도로를 시작으로 강릉 사천해변까지가 5km, 왕복 10km였다. 나는 특별한 준비 없이 평소 운동복장 그대로 사천 앞바다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역시 10분이 지나니 힘든 느낌이 마구 밀려왔다. 한 15분 정도 지났을 때에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온 머리속을 휘저었고 정말로 걸어가볼까 하는 마음을 먹으려는 때였다. 그러다가 문뜩 '나는 이 달리기를 왜 시작하였는가?'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달리기 직전 그 답답한 마음을 떨쳐버리기 위한 결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껴보았다. '도대체 이런 힘든 느낌은 어디서 오는것인가?', '발이 힘든가?', '다리가 힘든가?', '팔이?', '숨쉬기가?' 라고 스스로 질문하고 온몸의 감각을 느껴보았다. 그랬더니 힘든 느낌은 있지만 이것이 못참을 정도는 아니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숨쉬기도 참을만 했는데 다만 머릿속에서 이제 멈추라는 느낌만 강력하게 들었던 것이었다. 

 

 나는 참고 또 참았다. 그렇게 20분 정도가 지나니 신기하게도 힘든 느낌이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흔히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사점'을 지나면 힘든게 사라지면서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진다는 것이 생각났다. '러너스하이' 라는 의미로 힘든 순간을 극복하면 뇌를 속이기 위해 엔돌핀이라는 행복 물질을 몸속에서 분비한다는 이론을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 순간이라는 것을 느꼈고, 인생을 살면서 최초로 느껴본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목적지인 5km 지점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내 몸과 마음의 상태는 최상의 상태였다. 출발지로 복귀까지 5km를 달려야했지만 충분히 뛰고도 남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이 느낌은 최고였다. 

 

 그리고 나는 유래없던 결심을 하였다. 목표수정, 10km 지점까지 뛰어보자는 파격적인 계획이었는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한 채로 다시 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2023.01.28 - [좋은 글] -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렸던 계기, 그리고 도전 2탄(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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